마지막으로 찾아온 대학원 겨울 방학, 내년 졸업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현재 머물고 있는 아파트에서 크리스마스 휴일을 홀로 보내며 읽은 단편집 소설. 밀리의 서제 리포트에서 MZ 세대들이 많이 읽은 단편 소실집이라고 하기에 바로 찾아보았다.
개인적으로 4개의 단편 소설 중에서 <오버랩 나이프, 나이프>와 <칵테일, 러브, 좀비>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. 우선 첫 번째 단편인 <초대>는 가스라이팅이라는 간접 데이트 폭력을 감내해 온 여성이 빌런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. (출처: 밀리의 서재) <초대>를 초반에 읽었을 때, 흔한 좀비물인가 싶어 중간에 그만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어플을 종료하지 않고 계속 읽었다. 사실 단편 소설이라 이야기가 좀 빨리 끝난 감이 없지 않아 했지만 머릿속에 있던 내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좀비물 (갑자기 좀비로 변해서 사람을 물고 뜯고 인간들은 도망다니고 이런 내용)이 아닌 채로 끝나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.
대부분의 독자들은 <습지의 사랑>도 감명깊게 읽었다고 하는데, 개인적으로 현실적인 등장인물의 이름과 이야기 전개가 나오지 않아 읽다가 집중을 할 수 없어서 다음 편으로 바로 넘어갔다.
블랙 유머를 통해 가부장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오컬트 좀비물 (출처: 밀리의 서재) <칵테일, 러브, 좀비>는 지금 현재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나를 많은 생각이 들게 끔 했던 단편이다. 과연 나라면, 가족 구성원 중 한명이 좀비로 변했다면 어떻게 했을까? 바로 신고했을지, 아니면 나머지 가족들을 위해 바로 죽였을지, 아니면 차마 떠나보내기 힘들어 죽이지 못하고 옆에 계속 둘지. 사실 아직도 결정을 못했다. 현재 가족과 떨어져 먼 타지에서 공부한지 1년 반이 되어가는데 이 감정 상태로라면 차마 죽이지 못하고 옆에 계속 둘 것 같다. 또한, 이 단편 역시 흔한 좀비물, 긴박한 상황 전개가 아니라 좀비화를 현실적으로 접근한 관점도 은근히 몰입도를 높여주었던 것 같다. 대부분 영화, 소설에서는 좀비를 죽여야한다, 좀비를 피해서 돌아다녀야 한다가 우선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며 좀비가 되는 과정, 치료 방법 등 조금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없지 않아 있다. 하지만, 이 소설에서 만큼은 좀비가 되는 과정이 생각보다 꽤 현실성 있으며, 지금 우리가 좀비화를 마주할 때 드는 최초의 생각 단계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.
마지막 <오버랩 나이프, 나이프>는 다들 극찬하는 것처럼 4편 중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부분이였다. 비극을 막기 위해,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간을 돌려 과거로 돌아가도 결국에는 지킬 수 없는 세드 앤딩을 스릴과 공포로 적절하게 잘 풀어낸 이야기다. 적절하게 두 인물의 이야기를 중간 중간 잘 섞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. 이 이야기 역시 내 스스로를 인물에 대입해 과연 나라면 어떤 과거로 돌아갈까. 비극을 막을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며 읽었다.
짧은 단편집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였다. 그렇다고 오래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스릴과 공포를 적절하게 느낄 수 있는 소설이였다.
'Review (리뷰) > Book (도서)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아주 작은 반복의 힘 (1) | 2023.12.30 |
---|---|
미라클 모닝 (4) | 2023.12.29 |
페이커 추천 도서 목록 (0) | 2023.12.27 |
2023년 읽은 도서 목록 (0) | 2023.12.24 |
역행자 (1) (1) | 2023.08.14 |